시사

치졸한 무역 보복이 일상인 중국이 미국보고 한 말

sisacenter 2017. 12. 5. 12:46

"누구도 무역 전쟁에서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자유무역 수호자인 중국에 투자하라."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하며 한 말이다. 시 주석은 또 줄곧 주변국 외교의 큰 줄기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강조해 왔다.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親), 성실하게 대하며(誠), 혜택을 나누고(惠), 포용하겠다(容)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국제 무역에서 실제 한 행동은 말과 정반대였다. 2016년 5월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부가 출범하자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 공산당의 대원칙인 '하나의 중국' 인정을 거부하자 중국 정부가 대만 단체여행을 금지한 탓이다. 작년 11월 몽골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자 중국은 곧바로 국경을 넘는 몽골 차량에 통관비를 부과하고 철도 건설, 광산 개발 등에 대한 차관 제공 논의를 중단했다. 2012년 필리핀과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자 중국은 필리핀의 바나나 수입을 금지했고, 2014년 영토 분쟁을 치르던 베트남의 기업엔 자국 내 사업 입찰을 제한했다.



작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와 올 3월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 조치가 10월 말 한·중 양국의 관계 정상화로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사드 보복과 같은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무역 무기화'는 세계 자유무역 체제의 큰 리스크로 떠올랐다.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국가를 응징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계 최대 '경제 근육'이라는 완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거영국(巨嬰國·덩치만 큰 철부지 어른 국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은 주변국, 먼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2008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중국은 에어버스 150대 구매를 취소했고, 2012년 영국 캐머런 총리가 달라이 라마와 면담했을 때는 80억파운드(약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백지화하기도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경제 보복은 상품 수입 금지부터 해당 국가 상품 구매를 보이콧하거나 자원·원자재 수출, 해외여행·어업을 금지하는 방식"이라며 "다만 자국 산업에는 해(害)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드러나지 않게 진행한다"고 했다.


과거 중국 경제 보복 사례를 보면 기간은 길지 않았고, 이후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됐다. 중국 입장에서 경제 보복의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노르웨이의 경우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가 6년 동안 연어 수입 제한 조치를 겪었다. 90%에 달하던 노르웨이 연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이후 30%로 떨어졌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한국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중국 시장도 홍콩·베트남으로 우회 수출해 문제를 해결했다.


주변 약소국에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하는 중국은 독일 총리나 미국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난 데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직접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국·독일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 중국도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